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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동부 구시로의 겨울을 만끽하는 또 다른 테마는 겨울철새 두루미입니다. 홋카이도 동부는 일본 내에서도 유수의 두루미 철새 도래지로 자리하며, 특히 구시로 지역은 대표적인 도래지들이 산재해 두루미의 성지로 꼽히기도 합니다. 관문인 구시로공항의 공식 명칭이 ‘단초구시로공항’이고, ‘단초’는 일본어로 두루미를 뜻하는데, 공항의 이름에 두루미가 포함되어 있을 정도이니 그 명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시로시 인근으로 두루미 서식지가 산재하는데 두루미의 장관을 그 어느 곳보다도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이 아칸국제츠루센터 그루스(阿寒国際ツルセンター·グルス)입니다. 공원을 연상시키는 자작나무길을 따라 들어가면 거대한 두루미 입간판이 반기고, 내부로는 두루미의 생태를 둘러볼 수 있는 전시관까지 자리해 풍성한 볼거리가 백미이니 겨울시즌 구시로 일대를 찾는다면 필수코스로 빠질 수 없는 명소입니다. 

가장 큰 볼거리는 역시나 두루미의 생태를 직접 코앞에서 즐길 수 있는 관찰센터입니다. 관찰센터라고 해도 두루미를 가두어둔 곳이 아닙니다. 자연 그대로의 평지에 다른 동물이나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울타리만 만들어 두었을 뿐이기에 두루미는 자연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뜨고 내립니다. 유일하게 인공적이라고 한다면 시설의 관리인들이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는 정도입니다. 

역시나 두루미의 날갯짓이 감탄을 부릅니다. 먹이를 주는 시간이 되자 저 멀리서 한 무리의 두루미 가족이 아칸국제츠루센터 상공을 배회하다 관찰센터 쪽 땅에 일제히 내리는데, 큰 날개를 펼치며 우아하게 땅을 짚는 모습이 승복을 입은 여인네 춤사위만큼이나 수려합니다.

두루미는 사람에게도 익숙합니다. 경계심 없이 관광객들 앞에서 사진이라도 찍으라는 듯 한 발을 들고 요염하게 포즈를 취하니 두루미와 함께 셀피 인생샷을 남기는 것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구시로 일대가 두루미의 철새 도래지로 자리 잡은 유래가 재미있습니다. 1940년 대 후반, 한 농부의 마당에 두루미들이 날아들었고, 농부는 귀한 두루미의 방문이 반가워 말린 옥수수를 마당에 뿌려 주었습니다. 이듬해 이 농부의 집에는 더 많은 두루미가 날아들고, 두루미의 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런 도중 1952년 홋카이도 동부 일대가 대폭설이 내리며 구시로 일대를 찾은 두루미들은 먹이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본 지역 주민들이 츠루이무라 초등학교 운동장에 사료를 가득 뿌려 두었고, 굶주린 두루미들이 이 사료를 찾아 먹는 것을 보고 지역민들은 겨울마다 두루미를 위해 먹이를 주는 활동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 활동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이것이 구시로 일대가 동북아시아 최대의 두루미 철새도래지로 탄생하게 된 스토리입니다.    

일반적인 관광객도 많지만 사진작가나 취미사진가들의 발길도 특히 많습니다. 두루미 등 겨울철새 촬영을 즐기는 사진작가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촬영지로 추앙받고 있을 만큼 유명하여, 2월의 피크시즌이면 거대한 망원렌즈로 무장한 사진작가들이 포토라인을 만들어 두루미 못지않은 또 따른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니 야조사진을 즐기는 아마추어 사진가라면 더욱 눈여겨볼 코스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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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칸국제츠루센터 그루스 건물 전경. 자작나무길 끝에 적벽돌 건물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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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간판이 반기는 아칸국제츠루센터 그루스. "두루미의 고향"이라는 수식어가 간판에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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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에 특별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설명이 더해진 두루미 입간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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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칸국제츠루센터 그루스 내부의 한켠에 전시된 지역 초등학생들의 두루미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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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칸국제츠루센터 그루스의 두루미 기념품. 방문기념으로 구입하기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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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칸국제츠루센터 내 전시코너. 두루미 생태를 판넬과 다양한 전시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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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의 생태 판넬 전시물. 가운데 두루미 골격도도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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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센터를 노니는 두루미 모습. 관찰센터라 해도 사람이나 천적의 접근을 막는 가림막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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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고 내리는 두루미의 우아한 날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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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다리를 올리고 도도한 포즈를 취하는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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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접근해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응시하는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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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때가 되자 관찰센터를 찾아 내려온 두루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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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히 밥을 기다리는 두루미 한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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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인이 먹이를 던지자 냉큼 다가서는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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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칸국제츠루센터 인근에 자리한 미치노에키 아칸단초노사토(관광휴게소) 내 레스토랑인 '레스토랑 츠루'. 아칸국제츠루센터를 찾아 점심식사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가장 큰 특징은 에조사슴고기로 다양한 메뉴를 내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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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조사슴고기를 사용한 스프카레. 푹 고아내 소고기와 다를 바 없는 맛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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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명물인 에조사슴 스테이크. 지방질이 없는 부분만을 철판 스테이크로 조리하여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두루미 못지않은 우아한 볼거리는 또 있습니다. 통칭 아칸국립공원으로 불리우는 자연경승지에 자리한 마슈호수입니다. 

마슈호수는 구시로 시내에서 북쪽으로 60여km 떨어진 거대한 산정호수. 과거 큰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탄생한 화산 호수로, 마슈호수(摩周湖)외에 굿샤로호수(屈斜路湖), 아칸호수(阿寒湖)의 3개의 호수가 연이어 자리해, 3대 호수 모두 일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해지고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고를 찾는다면 마슈호수입니다. 우리네 백두산 천지처럼 칼데라 호수의 형태를 가진 절경의 풍치가 가히 압권으로, 병풍처럼 새하얀 잔설의 산세를 뒤로 하고 마찬가지로 새하얗게 얼어버린 산정호수의 풍경이 마치 얼음마녀라도 다녀간 듯 새하얀 세상을 연출하니 참았던 감탄사가 여기서 터집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감동은 절정에 다다릅니다. 발 아래로 거대한 호수를 두고 거대한 파노라마를 즐기고 있노라면 신선이 따로 없고, 적당히 찍은 사진도 걸작 풍경화 못지않게 완성될 정도입니다. 
 
신비로움을 더하는 것은 안개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자욱한 안개가, 겨울에는 눈보라가 마슈호수의 신비로움을 연중 더해 마슈호수를 안개호수로 부를 정도입니다. 

참고로, 맑게 갠 푸른 하늘의 마슈호수를 보게 된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아닌 전설도 전해지는데, 그만큼 맑은 마슈호수를 만나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맑은 하늘에 세계에서 가장 맑다는 호수를 바라보게 된다면 마슈호수로부터 선택받은 셈이니 마슈호수를 찾을 요량이라면 본인의 운을 시험해 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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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인 마슈호수 1전망대. 휴계매점을 빠져 나가면 바로 앞으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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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3분 거리의 마슈호수 2전망대. 가장 높은 곳에서 마슈호수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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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슈호수의 절경을 사진에 담는 관광객.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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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칼테라 구조의 호수 주변. 일본 제일의 투명도를 자랑해 여름이면 더욱 아름다움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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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처럼 후수를 둘러싼 화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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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한 가운데 자리한 섬인 가무이슈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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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슈호수 석판이 자리한 전망대 중앙부. 기념촬영을 즐기기에 제격인 포토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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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슈호수 전망대에 병설되어 자리한 휴게매점. 홋카이도 특산품인 마리모를 비롯해 다양한 과자와 기념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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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한정 캐릭터인 스노우 미쿠.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의 팬이라면 참을 수 없는 유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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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3편에서는 구시로의 대표 먹거리인 '로바타야키'와 구시로 대표 쇼핑스폿인 '피셔맨즈워프MOO'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