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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부철도로 떠나는 구석구석 도쿄 끝자락 여행”

거미줄 같은 도쿄의 철도노선 속에서 여행자들에게 색다른 시간여행을 선사하는 철도회사가 있다. 도쿄를 기점으로 수도권의 주요 명소로 향하는 사철인 도부선을 운영하는 도부철도다. 이케부쿠로를 기점으로 사이타마로 향하는 도부도조선에 오르면 400여 년 전 에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가와고에가 반기고, 도쿄 북부의 관문인 아사쿠사에서 도치기로 내달리는 도부닛코선을 타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빛나는 닛코와 조우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도쿄의 신랜드마크로서 지금의 세련된 도쿄를 투영하는 도쿄스카이트리도 도부철도의 연선에서 만날 수 있다. 봄으로 내달리는 겨울의 끝자락, 도부철도에 오르면 일본의 소도시와 조우하니 멀리 떠날 것도 없이 도쿄를 목적지로 선택하면 그뿐이다.  
| 지숙 기자 

일본 여행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누구나 다 가본 곳, 다 아는 곳이 아닌 작지만 특별한 매력으로 가득한 구석구석 숨겨진 일본을 찾아다니는 근교 소도시 감성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직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꼭 가보고 싶은 명소로 꼽히는 일본 도치기현의 닛코와 사이타마현 가와고에를 다녀왔다. 
일본은 자타공인 ‘철도왕국’이다. 거미줄처럼 엮여있는 철도망은 어디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철도 노선이 잘 짜여있는데, 번화한 대도시 도쿄가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기차를 타고 도쿄를 벗어나 도쿄 끝자락 소도시를 둘러보는 여행의 변주에 도전해볼 일이다.  
목적지는 도치기현 닛코와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의 두 도시. 닛코는 에도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면서도 또한 자연경관이 빼어난 것으로 일본에서도 유명하다. 도쿄에서 더 없이 가까워 ‘작은 에도(小江戶, 코에도)’라 불리는 가와고에도 있다. 두 도시 모두 아사쿠사·이케부쿠로를 기점으로 도쿄, 지바, 사이타마, 도치기, 군마 등 1도 4현에 걸쳐 관동지역 민영철도 중 가장 긴 노선을 운행하고 있는 도부철도를 이용하면 되니 번거로움도 없다. 
도쿄 아사쿠사역에서 닛코행 도부철도의 특급열차 ‘스페시아’를 타고 도부닛코 역으로 향했다. 도부닛코선의 종점에 위치하는 닛코는 북부 관동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화려하고 풍요로운 도시를 지나 한적하고 전원적인 시골의 풍경 속으로 2시간쯤 달리다 보면 도착한다. 
닛코는 아름다운 자연 절경뿐만 아니라 인근에 온천지도 자리해 백년전 메이지 시대부터 외국인의 피서지로서 사랑받아왔다. 표고 약 1,500m에 이르는 고지대에 자리하여 대자연과 세계문화유산 ‘닛코의 신사와 사원’으로 대표되는 곳이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닛코의 신사와 사원’은 에도 막부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신사와 무덤이 있는 ‘도쇼구(東照宮)’, 천태종 사원 단지인 ‘린노지(輪王寺)’, 난타이산의 다른 이름인 후타라산에서 이름을 딴 ‘후타라산 신사(二荒山 神社)’를 아우른다.    
곧게 뻗은 삼나무가 빽빽한 숲속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 일본 각지에서 몰려드는 단체 관람객과 해외여행객들로 연일 북적이는 도쇼구를 만날 수 있다.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삼나무만큼이나 금박과 화려한 조각 등으로 더없이 호화롭게 꾸민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 어서 있다. 
도쇼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자인 3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쓰가 할아버지를 신격화하기 위해 정교하고 화려하게 치장했다. 눈길이 닿는 건물마다 금박으로 둘러져 있고 벽과 처마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사람과 동·식물 조각이 5,000개가 넘게 조각되어 있다. 그중 일본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동물 조각이 세 가지 있다. 에도인이 그린 상상 속의 코끼리, 에도의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잠자는 고양이(네무리 네코), 그리고 눈·귀·입을 막은 세 마리 원숭이(산자루) 조각이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이 세 마리 원숭이 조각이다. ‘나쁜 일은 듣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말라’는 뜻을 표현했다는 이 원숭이 조각 앞은 늘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도쇼구 안에는 세 차례에 걸쳐 닛코를 찾은 조선통신사가 전달한 선물인 ‘조선종’과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무덤 앞에 있는 ‘삼구족(향로, 화병, 촛대)’도 볼 수 있어 더욱더 뜻 깊다.

“가는 겨울 붙잡고파”, 유니시가와온천 가마쿠라 축제
닛코시 근교에는 무사 계급으로서 최초로 권력을 장악한 헤이케(平家) 가문이 세력을 다퉜던 겐페이 전쟁에서 패한 뒤 이곳에 숨어들어 살다가 발견했다는 유니시가와 온천지가 있다. 숨기 위한 마을로 세워져 800년 전의 풍습이 아직까지 짙게 남아 있는 곳이다. 
이런 유니시가와가 유난히 활기를 띠는 때가 바로 겨울이 한 창인 2월. 일본의 ‘역사문화 야경유산’으로 인정을 받은 가마쿠라(일본 전통 눈집) 축제가 개최될 무렵이다. 
유니시가와 온천의 겨울의 대명사 ‘가마쿠라 축제’는 낮에는 메인 회장인 「헤이케노사토」에서 커다란 가마쿠라를 둘러보고 바비큐도 즐길 수 있고, 유니시강 미즈노사토 스노우 파크에서 썰매놀이를 즐길 수 있어 가족단위로 즐기기에 더없이 제격이다.  축제의 절정은 어둠이 어렴풋이 내려앉기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강가를 가득 메운 미니 가마쿠라에 촛불을 밝혀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는데, LED가 빛을 내는 인공적인 일루미네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소도시적 감성을 폭발시킨다.  
불꽃이 춤추는 설경을 보고 있노라면 ‘죽게 전에 한 번은 꼭 보고 싶은 풍경’에 선정되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으니 닛코를 찾을 요량이라면 다음 겨울을 고집해 보길 추천한다.  

에도의 정취 가득한 창고 마을, 작은 에도 ‘가와고에’
도쿄보다 더 에도다운 곳이라는 의미로 ‘작은 에도’로 불리는 사이타마현 가와고에는 화려했던 에도시대(1603~1868)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케부쿠로역에서 급행열차로 30분이면 도착하는 가와고에는 에도에서 도쿄로 이름을 바꾼 후, 현대적인 도시로 거듭난 도쿄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에도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가와고에역을 나와 현지들의 생생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상점가를 따라 도보 20분 정도 걷다 보면 현대에서 에도 시대로 타임슬립한 듯 어느새 주변으로 에도시대의 정취가 느껴지는 건물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볼거리는 창고 형태의 전통 가옥이 400m쯤 이어진 구라즈쿠리 거리다. 화재에 강한 두꺼운 흙벽으로 지은 구라즈쿠리 건물이 하나 둘 들어서 지금의 전통 가옥 거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평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붐비는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는 거리는 에도시대의 목조건물을 볼 수 있고 오전 6시, 정오, 오후 3시, 오후 6시 하루 4번 도키노카네에서 들리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가와고에 특산물인 고구마로 만든 간식을 맛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전통 과자, 술과 전통 칼 제작소와 레트로풍의 카페는 물론 전통가옥에 입점하여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른, 에도시대 분위기와 어울리는 스타벅스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기모노를 입고 간식들을 하나씩 맛보면서 구경 다니는 일본인들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도쿄 속 소도시 아사쿠사를 공중에서 산책해 볼까”
도치기 닛코를 오고가는 도부철도의 시종착역인 아사쿠사역에서는 도쿄스카이트리가 덤으로 반긴다. 높이 634m의 전파탑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쿄스카이트리는 도부철도가 속한 도부그룹이 운영하는 도쿄의 신랜드마크. 예스러운 정취로 도쿄 속 소도시 감성을 자아나는 아사쿠사의 거리를 하늘 높이 솟아 오른 마천루에서 즐길 수 있으니 역심내지 않을 수 없다. 
도쿄스카이트리를 즐긴다면 단연 전망대다. 도쿄스카이트리의 지상 350m와 450m 지점에 전망대 두 곳에 자리하는데, 350m 지점에 자리한 ‘도쿄 스카이트리 천망데크(東京スカイツリー天望デッキ)는 두께 5m를 넘는 대형 유리를 360도로 배치해 압도적인 개방감을 자랑한다. 
전망대 투명 유리바닥도 스릴 넘치는 소소한 즐길거리다. 전망대 바닥 가장 바깥쪽으로는 내열 강화로 마무리한 통유리 바닥으로 되어 있어 땅 위 350m위에서 눈 아래 수직으로 펼쳐진 아찔한 장관과 최신 공법의 도쿄스카이트리 철골구조물도 세세히 만나볼 수 있다.
천망데크를 빠짐없이 즐겼다면 두 번째 전망대로 발길을 옮겨볼 차례다. 천망데크로부터 정확히 100m 위인 높이 450m 지점에 자리하는데, 이름은 ‘도쿄 스카이트리 천망회랑(東京スカイツリー天望回廊)’이다. 천망데크에서 천망회랑까지는 천망셔틀이라 이름 붙여진 투명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숨에 오른다. 
‘하늘을 바라보는 정원’이란 뜻의 천망회랑이라는 이름처럼 전망대는 도쿄 스카이트리의 건물 레이아웃을 따라 튜브형의 외관이 특징적인 공간. 외부로 돌출되는 둥근 모양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지상 445m의 도착로비를 출발해 소라카라포인트(ソラカラポイント)라고 명명된 전망대 최고 지점인 지상 451.2m까지 약 110m 길이의 완만한 나선형 오르막길을 오르며 동서남북 사방 360도로 도쿄의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조망할 수 있으니, ‘공중산책’이라는 표현이 더 없이 어울리는 전망 포인트다. 
천망테크와 천망회랑 2개의 전망대를 모두 즐기려면 3,090엔이라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도쿄스카이트리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볼거리이니 관람료 3천 엔 돈이 결코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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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가와고에까지는 도부철도 이케부쿠로역에서 도부도조선 전철을 이용하면 30분 대에 도착할 수 있어 찾기 편하다. 외국인관광객을 위한 할인패스인 ‘가와고에 디스카운트 패스’도 도부철도가 발매하고 있다. 가와고에 여행에 관한 정보는 도부철도가 제공하는 가와고에 특설사이트(www.tobu.co.jp/foreign/toj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치기현 닛코까지는 도쿄 신주쿠역 또는 아사쿠사역에서 도부닛코선(東部日光線)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도부철도(www.tobu.co.jp/foreign)가 판매하는 레일패스인 <닛코 시티에이리어 패스>를 이용하면 도쿄 아사쿠사부터 닛코까지의 철도편을 포함해 닛코지역 내 도부철도의 열차편과 버스 등을 무제한 이용하고, 각 시설의 할인 및 특전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편리하다. 닛코에 더해 기누가와온천 지역까지 보다 넓은 지역을 둘러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완전판격인 ‘NIKKO PASS all area’도 발매중이다. ●취재협조 : 도부철도 주식회사(www.tobu.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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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붉은 색의 닛코 도쇼구 오중탑<Photo by 이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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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밝힌 작은 가마쿠라<Photo by 이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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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러운 가와고에 거리 <Photo by 이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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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스카이트리 전망대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는 관람객들<Photo by 이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