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가 꼭꼭 숨겨둔 감성 소도시, 히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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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 엔교지절의 불교 서도 체험(Photograph by 최보임)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1년 내내 한국인 여행객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간사이의 번잡한 대도시를 조금 벗어나자 세계 최대 현수교가 걸쳐진 바다 절경에 더해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새하얀 백로성이 여행자를 반긴다. 명물 아카시야키는 오사카의 타코야끼 못지않은 맛과 개성을 뽐내며 입을 즐겁게 하고, 고찰 엔교지절은 교토의 기요미즈데라에 비견하는 일본감성까지 더해낸다. 오사카 중심부에서 단 1시간 여, ‘아카시’와 ‘히메지’라는 조금은 낯설지도 모르는 소도시이건만, 여행의 감동만큼은 소도시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더 없이 크고 깊다.
| 지숙 기자

간사이여행은 이제 뻔하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사카와 교토, 나라의 3개 도시를 쉴 새 없이 돌아본 탓에 간사이여행에 있어 신선함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다. 방법은 아직 있다. 이름값에 겉핥기로 돌아보는 뻔한 여행지가 아닌 아직 그 속내를 들켜본 적 없는 간사이의 숨겨진 소도시를 찾는 것이다. 
간사이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로 이름값을 하는 고베에 이웃하여 자리한 아카시시와 히메지시는 그런 감성의 소도시 중 하나. 효고현 서남쪽에 위치하며 오사카의 도심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걸출한 자연미에 더해 교토나 나라와는 또 다른 스케일의 일본 역사 감성이 기다리기에 꽉 찬 하루를 즐기기에 더없이 제격이다. 
개인여행자들에게도 제격이다. 오사카의 교통 거점인 난바에서 전철을 타고 1시간 40분 정도 거리로 교토나 나라를 가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가깝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국보 히메지성을 중심으로 명소라 불리우는 관광지들이 전철 연선에 자리해 길을 헤멜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다. 
특히, 아카시시와 히메지시 각지를 연결하는 간선철도인 산요전철이 여행자를 위한 <히메지 투어리스트패스>라는 이름의 경제적인 철도패스까지 발매하고 있으니 지갑걱정까지 덜 수 있다. 

절대적 스케일 ‘아카시 해협대교’의 위용에 감동
전체 길이 3,911m로 주탑과 주탑 사이는 1,991m에 달하는 세계 최장 현수교인 아카시 해협 대교는 고베시 다루미구와 아와지섬의 아와지시를 연결하는 거대한 다리로, 아카시시와 히메지시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명물이다.  
압도적 위용의 다리를 보지 않고 지나칠 수는 없는 일. 스마우라 공원역에 하차하면 역과 바로 연결되는 스마우라 산조 놀이공원(須磨浦山上遊園)은 히메지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아카시 해협대교의 위용을 선사하는 명소다. 산조(山上)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리프트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는데, 왼쪽으로 일본 3대 항구도시로 추앙받는 고베, 오른쪽으로 아카시 해협대교의 위용을 한눈에 전망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봄이면 벚꽃이 만발하는 벚꽃 명소로도 유명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승차감이 나쁜 놀이기구로 화제가 되어 방송에도 등장했던 카레이터 등,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50~60년대 개통한 레트로한 감성의 놀이기구들도 있으니 소소한 즐거움이 된다. 참고로 히메지 투어리스트 패스를 제시하면 로프웨이·카레이터·관광 리프트 및 전망각 입장료를 2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멀리서 조망하는 아카시 해협대교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지근거리에서 대교의 위용과 조우하는 또 다른 조망 포인트인 마이코 해상 프롬나드(舞子海上プロムナード)를 찾아볼 만하다.   
마이코공원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의 마이코 해상 프롬나드는 아카시 해협 대교를 조망하는 명품 산책로이자 조망의 포인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가면 150m 구간에 걸쳐 전망 라운지와 산책로가 자리하고 있으며, 일부 구간은 유리 바닥이 설치되어 있어 발아래로 아찔한 바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히메지 투어리스트 패스를 제시하면 마이코 해상 프롬나드와 인근의 다리과학관의 입장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아카시 해협 대교 인근에서 인상적인 한 끼를 기대하는 이들이라면 마이코호텔(舞子ホテル)이라는 이름을 기억해볼만하다. 마이코 공원역에서 도보로 약 2분 거리에 위치한 호텔로, 1919년 선박업계의 거물이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영빈관으로 지은 건물 그대로 호텔로 운영되고 있다. 역시나 100여 년을 이어온 건축미가 일품이다. 외관은 석재조적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을 한껏 흉내 낸 반면, 내부는 일본 고성(古城)을 연상케 하는 일본감성의 인테리어가 눈요깃거리가 된다. 
진짜 즐거움은 1층 레스토랑에서의 이탈리안 코스요리다. 100년 역사의 마이코호텔만의 레시피로 완성한 런치 이탈리안 코스를 판매하는데, 일본식 회유식 정원을 조망하고 목재 장식인 란마와 일본식 문양이 가득한 일본식 연회장인 오오히로마(大広間) 공간에서 정통 이탈리안 요리가 내어지는 이세계(異世界)적인 경험을 단 돈 2천엔 대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 필히 기억해둘만하다. 히메지 투어리스트패스를 제시하면 마이코호텔 내 런치·디너 코스요리를 10% 할인된 금액에 맛볼 수 있다.  
아카시 해협대교 건너에 자리한 아와지섬도 명소다. 특히 섬 내에 일본 현대 건축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만든 종합 리조트 시설인 '유메부타이'가 위치하니  안도 타다오의 건축을 직접 체감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욕심내볼만하다.

아카시해협 해산물& 명물 아카시야끼, “입 즐거워”
세계 최장 현수교인 아카시 해협대교에 이웃하여 자리한 아카시시에서는 명물 먹거리들이 여행자들을 반긴다. 다양한 먹거리 중에서도 해산물이 인기다. 세토내해 바다와 면한 탓에 해산물이 풍성해 간사이에서 가장 신선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세다.
때문에 아카시의 부엌으로 불리며 400년의 역사를 가진 우오노타나 상점가는 신선한 해산물과 술을 즐기려는 여행객과 현지주민들로 언제나 인산인해다. 
우오노타나 상점가는 세토내해의 신선한 해산물이 늘어선 상점가. 길이 350m의 아케이드에는 선어점과 해산물점을 중심으로 약 100개의 점포가 늘어서 장관을 이룬다. 
무엇보다 신선함이 강점이다. 아카시항에서 낮에 경매가 이루어지기에 때문에, 갓 잡은 생선들이 그날 바로 가게에 놓여지고, 이자카야를 비롯한 우오노타나 상점가 내 식당들에 공급되어 더없이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이유다. 
아카시의 특산물을 꼭 짚는다면 문어다. 삶은 문어를 비롯하여 다양한 문어요리를 안주 삼아 시장 한 켠에서 즐기는 사케가 여느 고급 요리점 못지않으니 기대치를 한 것 올려두어도 좋다.  
해산물에 더해 아카시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아카시의 명물인 산요 아카시야끼와 타이야끼도 있다. 오사카 명물 타코야끼의 원조격인 아카시야끼는 계란을 많이 넣어 폭신폭신한 식감으로 소스가 아닌 다시 국물을 찍어 먹는 것이 특징. 우오노타나 상점가를 걷다 보면 두 집 건너 한집 꼴로 아카시야끼 가게를 만날 수 있다. 한국의 붕어빵과 꼭 닮은 산요 타이야끼도 꼭 맛보자. 산요 아카시역 서쪽 개찰구 쪽에 위치한 산요 타이야끼 아카시점에서 히메지 투어리스트 패스를 제시하고 상품을 구매하면 단팥 또는 크림 맛의 타이야끼를 하나 더 주니 지나치면 손해다. 

히메지의 처음과 끝, 유네스코 세계유산 ‘히메지성’
히메지시를 여행하는 목적이 여기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요 히메지역에서 하차하면 하늘을 가르는 듯 치솟은 천수각이 하얗게 빛나는 백로의 성이자 일본의 국보이며 일본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 바로 히메지성이다.
히메지시의 중심도로인 오테마에 도오리를 따라 JR히메지역과 마주 보고 있는 히메지성은 히메지의 중심이자 기준임을 자부하듯 위풍당당한 면모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히메지성(姬路城)은 14세기 중엽에 처음 축성되어 16세기에는 무장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3층의 천수각이 증축되고 17세기에 성의 성주가된 무장 이케다 데루마사에 의해 다시 증축되는 등 역사를 더하면서 더욱 큰 위용을 자랑하는 성으로 변모하였다. 
히메지성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마치 백로가 날개를 펼친 듯 아름다운 모습을 연상시키는 새하얀 성 외관의 모습. 일반적인 검은색 외관이 강조된 여타 성들과는 달리 건물 전체에 눈이 내린 듯 새하얀 외관이 우리들의 시선을 더욱 끌어당긴다. 특히, 완전히 또는 일부 소실되었다가 복원한 일본의 다른 성들과 달리 전쟁 속에서도 유일하게 그 형태를 보전하고 있다는 역사적 가치가 더해져 지난 1931년에는 국보로, 그리고 1993년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하였다. 
히메지성은 회벽의 재시공과 지붕 기와의 복원을 중심으로 약 5년에 걸쳐 대대적으로 진행된 전면 보수 공사를 마치고 지난 2015년 새로이 모습을 선보였다. 일본 최고봉의 목조건축으로 성곽 건축에서는 외관의 지붕 수를 ‘중’, 내부의 층계를 ‘층’으로 표현하는데 대천수는 밖에서 보면 5층 선물로 보이지만 내부형태는 지상 6층, 지하 1층의 7층 구조로 되어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빙글빙글 돌아야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의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덧 대천수의 정상에 다다르는데, 시원한 바람과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히메지 시내를 조망할 수 있으니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히메지성에서도 히메지 투어리스트 패스를 제시하면 입장료 1,000엔에서 800엔으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성 못지않은 일본 감성, 고코엔&쇼샤산 엔교지절
히메지에서의 일본 감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히메지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코엔(好古園)은 히메지 시정 백 년을 기념하여 1992년에 히메지성 서쪽 저택 자리에 조성한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정원. 히메지성 바로 옆에 위치해 자리해 히메지성과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 
고코엔 내부는 약 1만 평에 다다르는 넓은 면적에 연못을 중심으로 무사 저택 유적 등의 부지를 되살려 오야시키 저택 정원, 흐르는 정원, 소나무 정원, 대나무 정원 등 9개의 정원군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워낙 일본적 감성에 충실하여 일본 현지의 시대극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느 계절에 찾아도 좋지만 특히 단풍이 물드는 가을시즌이 베스트. 특히, 히메지 시내의 기모노 렌탈점에서 기모노나 유카타를 빌려 입고 둘러본다면 감성은 배가되니 기억해둘 포인트다.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촬영지였던 쇼샤산 엔교지절(書寫山 円敎寺)도 숨은 일본 감성의 명소 중 하나이다. 히메지성 서북쪽에 위치한 쇼샤잔에는 많은 역사적 문화재가 남아있는데 그 중 일본의 3대 수행도량이자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 엔교지절이 가장 유명하다. 산 정상의 절까지 걸어서도 갈 수 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수월하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5분 정도 이동하여 하차하면 마니덴(摩尼殿)이라는 엔교지절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를 마주할 수 있다. 마니덴은 산의 경사면에 아슬아슬하게 지어져 있는데, 그 건축기법이 교토의 키요미즈테라(清水寺)와 같은 방식이니 눈여겨볼만하다. 

가족여행에 안성맞춤, 히메지 센트럴파크
어린 아이들과 함께 히메지시를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히메지 센트럴를 여행코스에 넣어볼만하다. 1984년에 개원한 히메지 센트럴파크는 사파리 형식의 동물원과 어트랙션을 즐길 수 있는 유원지가 함께하는 히메지시에 자리한 패밀리파크. 한 여름에는 워터파크, 겨울에는 스키장도 개설해 사계절 명소로 인기다. 
특히 동물들을 색다른 시선으로 즐길 수 있는 사파리가 명물로 꼽힌다. 본인의 자동차로 직접 사파리를 돌아보는 이색적인 드라이브스루 사파리를 비롯해, 로프웨이를 타고 공중에서 동물들의 생태를 즐길 수 있는 스카이 사파리, 그리고 전용 사파리카를 타고 둘러보는 사파리투어까지 조금은 색다른 관람스타일이 기존의 따분한 동물원과는 그 격을 달리하니 기대치를 한껏 올려보아도 좋다. 명물은 세계에서도 드문 어린 백색 사자 4마리. 히메지 센트럴파크의 마스코트를 자처할 만큼 명물이니 찾지 않으면 후회가 필연적으로 따른다. 

<여행정보>
히메지시가 자리한 간사이까지는 간사이공항으로 다수의 정기편이 취항중에 있어 편리하다. 간사이공항에서 히메지시까지 직통 리무진버스(약 2시간 10분 소요)가 운행중이며, JR과 산요전철이 각각 JR히메지역과 산요 히메지역으로 다수의 전철편을 운행한다. 산요전철 이용시 우메다에서 산요 히메지역까지 소요시간은 역 1시간 27분. 명소 히메지성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료는 히메지성과 고코엔 공통권이 성인기준 1,040엔이다. 엔교지절까지는 산요 히메지역 앞에서 히메지버스 ‘쇼샤로프웨이행’을 타고 종점에서 하차(약 30분 소요), 도보 또는 로프웨이를 이용하면 된다. | www.himeji-kanko.jp
■취재협력 : 히메지관광컨벤션뷰로·산요전기철도

<여행도우미>히메지 투어리스트 패스(Himeji Tourist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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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공항역에서 난바역까지 이동하는 ‘난카이 전철의 편도 승차권’과 산요 전철과 한신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1일 프리 승차권’ 2장으로 구성된 패스로 일반운임보다 약 45%나 저렴한 2,000엔. 1일 프리 승차권은 난카이 전철 편도 승차권을 사용한 날부터 8일 이내에 사용하면 되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간사이공항에서 오사카 난바로 이동하여 곧바로 히메지까지 바삐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간사이 공항에서 오사카 난바로 이동하여 쇼핑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 1일 프리 승차권을 개시하여 히메지와 고베 지역을 돌아보는 일정이 가능하다. 또한 본 티켓을 제시하면 교통 할인 외에도 히메지성, 고코엔, 아카시 해협 대교 다리 과학관, 마이코 해상 프롬나드, 스마우라산조 놀이공원 등의 입장료 할인 및 마이코 호텔, 산요 타이야끼, 산요 소바, 카페 등 히메지 지역 맛집에서 우대 할인 및 특전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간사이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 간사이국제공항 및 간사이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센터 간사이국제공항 제2터미널 및 한국 제휴 여행사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 www.sanyo-railway.co.jp/global/ko/touristpas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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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1 : 아카시 및 히메지 방면 여행의 발이 되는 산요전철(Photograph by 강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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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2 : 아카시 해협대교 뷰포인트인 마이코 해상 프롬나드(Photograph by 최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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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3 : 고풍스런 일본감성의 마이코호텔 1층 레스토랑(Photograph by 강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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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4 : 우오노타나 상점가 명물인 아카시야키(Photograph by 최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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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5 : 히메지역에서 바라본 히메지성 천수각(Photograph by 최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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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6 : 기모노를 입고 고코엔 주변을 산책하는 관광객들(Photograph by 강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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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7 : 일본 불교건축의 정수를 선사하는 엔교지절 마니덴(Photograph by 최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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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8 : 히메지 센트럴파크 내 사파리(Photograph by 최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