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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엔,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6,000원 가량.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이 작은 푼돈으로 갈 수 있는 곳 중 한곳이 바로 동네 공중목욕탕이다. 목욕탕이라고 무시하면 큰일이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을 어마어마한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이곳에 숨어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목욕탕을 회상하며 어렸을 때 엄마 손에 이끌려 들어가 온몸이 빨개지도록 때를 밀고 나와 탈의실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봉지우유를 먹던 기억이 얼핏 떠오른다고 했다. 그것도 십 수 년 전 이야기로 낡고 낡은 추억이 된지 오래라며 푸념한다.
우리네 목욕탕도 많이 사라졌다. 찜질방과 사우나라느 이름으로 업그레이드되고, 골목의 동네 목욕탕은 우리네 기억에서 한 참 멀어진지 오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대 일본사람들도 각 가정에도 욕조가 생기면서 공중목욕탕을 찾는 발길이 많이 줄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골목길을 터줏대감처럼 지켜내는 각기 다른 스물여덟 곳의 공중목욕탕은 저마다 재미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십 년이 넘은 목조건물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목욕탕, 옛날식 체중계, 수동 안마기 등 오래되고 재미있는 레트로 아이템을 만날 수도 있었고, 마음까지 넓어지는 후지산을 그린 목욕탕 벽면 페인트 그림과 남탕과 여탕이 모두 보이는 반다이가 있는 목욕탕, 목욕 후엔 꼭 마셔야 한다는 음료수 라무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허기진 배를 채워줄 군것질과 동네 구경까지 더하니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일본의 일상과 만날 수 있는 것이 목욕탕이라고 저자는 찬양해 마지않는다. 
일본의 목욕탕이라고 하면 유카타를 입는 온천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이 책은 철저히 맨몸으로 들어가는 동네 공중목욕탕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슈퍼센토’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찜질방처럼 여러 가지 오락시설을 갖추고 레저 형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지만, 시설과는 상관없이 450엔을 받는 평범한 보통의 목욕탕인 ‘센토’만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지역도 일본 전역이 아닌 도쿄로 한정했다. 가장 변화가 많은 도시이기 때문에 옛날식 목욕탕부터 현대적인 시설의 목욕탕까지 지방보다는 다양한 모습의 목욕탕을 볼 수 있으리라는 저자의 기대 때문이다.
단순한 목욕탕 리뷰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찾는 손님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가업을 이어오는 전통 목욕탕을 순례하며, 직접 탕 속에 몸을 담그고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꼼꼼하게 취재한 삶과 인생철학이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니 말이다. 단순한 목욕탕 정보를 뛰어넘어 오래된 문화와 그것들을 소중하게 지켜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 <450엔의 행복, 도쿄 목욕탕 탐방기>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니 목욕탕이라는 평범한 주제도 저자의 술법을 통해 꽤나 가치있는 즐길거리로 다가온다.
여행가이드북으로서의 책무도 잊지 않는다. 저자의 찬양에 설득되어 도쿄에 가면 한 번쯤 공중목욕탕에 들러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이들을 위해 각 시설의 주소와 전화번호, 간략한 지도까지 수록했다. <450엔의 행복, 도쿄 목욕탕 탐방기>을 지침서 삼아 자신과 맘이 맞을 법한 목욕탕 한 곳 정도 골라 소소한 일본의 일상을 탐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황보은 저 | 달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작성:201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