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Tour>일본열도 7000km 자전거로 여행하다
74일 간의 풍찬노숙, 후쿠오카에서 홋카이도까지

 

정원진 저 | 한길사  
정가 16,000원

 

세상의 어떤 여행이든 목표와 수단은 각각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국 여행을 하다보면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낯선 공간 속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나’를 찾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튼튼한 두 다리와 떠나고자 하는 용기, 약간의 시간과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언제든 우리는 ‘나’를 찾아 떠나는 길로 나설 수 있다. 오랫동안 백수의 삶을 살면서, 멈춰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몸 안의 변화를 바깥으로 꺼내 느끼고 싶었던 저자는 자신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자전거에서 찾았다. 그리고 철저히 고립된 곳에서 ‘나’와 ‘나를 바라보는 세계’를 다시 만나기 위해 일본 자전거여행을 결심한다.
자전거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저자는 제대로 숙박하고 관광하는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여행을 계획한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서 최대한 숙식을 자체 해결하는 여행말이다. 때문에 낭만·여유·명소가 가득한 다른 여행 에세이와는 달리 이 책에선 ‘생존’이라는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고행에 그 포커스가 맞추어진다. 급경사와 급회전이 많은 산속 도로를 달리다가 여러 번 자전거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기도 하고 어둑해진 밤, 야영을 하다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밟아 발바닥에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한다. 또한 처음 만나는 길이다보니 안개 속에서 길을 잃는 건 부지기수. 매일 모기와 벌떼의 공격에 무자비하게 희생되기도 한다. 매트리스를 미리 챙기지 못해 추위에 벌벌 떨며 노숙을 하고, 거의 모든 끼니를 라면, 삶은 계란, 고추장에 비빈 밥으로 해결한다.
하루 종일 자전거로 달리고, 땀 흘린 몸을 씻고, 잠잘 수 있는 야영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 먹는 단순한 행위. 어쩌면 처절하고도 무모한 74일간의 여행길을 스스로 선택한 저자는 이런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새로운 생의 환희를 찾았다고 말한다. 
후쿠오카에서 출발해 도쿄까지 이어진 산악도로를 따라 달린 제1부 ‘땅을 밟고 하늘에서 미끄러지며’에서는 아기자기한 일본 소도시, 산과 호수가 많은 일본의 자연 풍경들이 그려진다. 뿌연 안개에 둘러싸인 비와호수(琵琶湖)나 다카야마에서 닛코까지 이어진 해발 2000미터 이상의 일본알프스 코스를 무사히 넘은 에피소드는 일본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그대로 실감케 한다.
도쿄부터 혼슈 끝가지 올라가는 2부 ‘기억 저편의 파도 소리를 타고’는 도쿄에서 아오모리 오마 항으로 가는 여정이 그려지고, 3부 ‘홋카이도, 돌아온 연어가 노을에 잠기는 섬’에서는 천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흥, 길에서 만난 일본인 여행자들과의 에피소드들이 책장을 넘기는 이를 여행의 즐거움에 함께 취하게 만든다.
당시의 감정을 잘 표현한 짤막한 글이 사진과 함께 구간별로 나누어 74일간의 여정을 풀어내는 것에 더해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 특히 일본 자전거 여행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상세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저자가 직접 여행을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쓴 코스 설정, 자전거 수리법, 기본 준비물, 야영 장소, 여행 경비 등을 담아 따로 묶어 전하니 예비 여행자라면 그 쓸모가 요긴하다.
올 가을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정해진 길을 걷기보다는 선택한 자유의 시련을 유쾌하게 받아 들이 준비가 되어있다면, 그리고 자전거와 배낭이 준비되어 있다면 이 책은 분명 좋은 조언자이자 안내자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0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