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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여행안내서는 그야말로 명소, 맛집, 쇼핑몰 등 온갖 정보가 들어 있어 때로는 수고를 덜어준다. 하지만 안내서에 실려 있는 지도와 일일이 비교해가며 맛집 한 곳, 쇼핑몰 한 곳을 찾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 거리의 풍경도, 사람들의 표정도, 그 도시만의 매력도 말이다.
<나오시마 디자인 여행>은 정보가 빼곡한 이러한 류의 여행책과는 다르다. 그저 자연과 어우러진 미술관 혹은 예술작품을 보며 사색하기를, 도시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비교되는 소박한 간판에서 여유를 느껴보기를, 마을을 산책하며 주민들과 인사 건네기를 권한다. 나오시마는 바로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이름도 알려지고 여행상품이 만들어질 만큼 관광지로도 자리했지만 나오시마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산업폐기물로 환경오염이 되면서 주민들마저 외면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만에 나오시마는 디자인과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 배경에는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가 자리한다.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 구상에 따라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은 나오시마에 현대미술을 들이고,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자연과 어우러진 미술관을 설계했다. 마을 주민들도 동참했다. 관광지라 해서 들뜨기 쉬운 마을을 청결하고 고즈넉하게 가꾸어 나갔다. 이로써 나오시마는 버려진 섬이 아닌 세상과 소통하는 섬이 된 것이다.
<나오시마 디자인 여행>에서 저자는 전문가의 식견과 여행자의 시선을 유쾌하게 공유하며 나오시마의 매력을 말한다. 공공디자이너로서 지난 10년 동안 세계 200여 도시를 방문한 디자인 전문가로서 나오시마의 매력을 디자인적 관점에서도 바라보기도 하고, 반대로 학문적 지식을 내려놓고 나오시마에 자리한 미술관과 미야노우라 항구의 풍경, 혼무라에서의 감흥을 여행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여행기 형식을 빌어 내어놓기도 한다.
여행기에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었던 지식이 더해지니 이미 나오시마를 여행한 이들도 <나오시마 디자인 여행>을 읽으며 새로운 나오시마의 면면과 조우하는 기쁨이 반갑기 그지없다.
나오시마에 대한 애정도 책 구석구석에 담겨있다. 저자는 “나오시마는 에코 여행의 최적지”라고 찬양한다. 재생의 섬이고 예술의 섬이며, 대부분 관광지의 화려함과 번잡스러움 대신 고즈넉하고 소박한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맛집이나 쇼핑몰 탐방이 주요 목적이 아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미술작품 혹은 주민들의 소박한 일상을 통해 사색과 여유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 0에게 나오시마를 꼭 찾으라고 등을 떠민다.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예술작품으로 가득한 미술관이 둘레가 16㎞에 불과한 섬에 세 군데나 들어서 있고 마을 곳곳에 디자인적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가득하니 디자인과 예술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나오시마를 꼭 방문해 보라고 에둘러 말한다. 

<나오시마 디자인 여행>의 페이지를 장식한 사진들도 볼거리다. 저자가 나오시마에서 직접 찍은 전체 1,000여 장의 사진 중 고르고 또 고른 140여 장의 사진이 글과 함께 나오시마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다한다. 정희정 저 /  안그라픽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11.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