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축제특집Ⅰ>
“오색 일루미네이션에 취해볼까, 에노덴 낭만에 빠져볼까”  
로맨틱 겨울여행, 에노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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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난 앞바다를 감싸 안고, 멀리 일본의 상징 후지산을 조망하는 후지사와시(藤沢市)에 자리한 섬 에노시마. 동양의 마이애미 비치라는 명성의 쇼난해안을 비롯해, 쇼난해안을 바라보고 달리는 해안철도 에노덴이 각별한 풍경을 연출하고, 매년 겨울이면 에노시마의 밤을 로맨틱하게 연출하는 일루미네이션 축제까지 펼쳐지니 특별한 겨울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에노시마는 더없는 선택이 된다.  
| 이상직 기자 news@japanpr.com

에노시마는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에 자리한다. 위치상으로는 도쿄와 온천관광지로 인기인 하코네의 거의 중간쯤이다. 일본의 현관구인 나리타공항에서 공항특급인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타면 단 2시간만에 다이렉트로 후지사와시의 코앞까지 당도할 수 있으니 망설임도 필요 없고, 도쿄 도심에선 JR도카이도선이나 오다큐전철을 타면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후지사와에 발을 디딜 수 있으니 멀다는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후지사와를 찾았다면 이곳 명물 노면전차인 ‘에노덴’이 여행자의 발이 된다. 에노덴(에노시마 전철)은 후지사와와 가마쿠라 간의 약 10km를 연결하는 전철노선. 그 역사가 이미 110년을 훌쩍 넘었을 만큼 후지사와의 근대 역사와 함께 한 유산이다. 
외관도 범상치 않다. 연한 녹색으로 도장된 고풍스럽고 복고적인 디자인이 한 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데, 후지사와의 명소들은 물론 이웃한 가마쿠라까지 찾을 수 있어 객차는 언제나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명물은 단연 쇼난해안을 따라가는 해변노선의 절경이다. 시발역인 후지사와역을 출발해 후지사와의 작은 골목의 주택가를 지나 수 분 후면 탁 트인 태평양 바다가 등장하는데, 두 량짜리 자그마한 노면전차가 철커덩 소리를 내며 천천히 내달리는 분위기가 꽤나 일품이다.
열려진 창문에서 희미한 바다 냄새가 흘러오고, 노면전차를 추월해가는 자동차가 얄밉기는커녕 도리어 주위 시선과는 상관없이 천천히 내달리니 소박한 항구도시에 여행객들이 일순 동화되고 만다. 
만화 애호가라면 에노덴이 더욱 반가울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인기 있었던 만화 ‘슬램덩크’에 등장했고, 에노덴의 중간 역인 ‘가마쿠라고교앞’ 역의 건널목은 동명 작품의 애니메이션 오프닝에도 등장한바 있으니 원작의 흔적을 직접 조우하고픈 이들이라면 기억해둘 법 하다. 

신성한 비경의 섬 ‘에노시마’를 거닐다
후지사와역을 출발해 에노덴의 감흥에 진득하니 취할 새도 없이 에노덴 열차는 일행을 명소 에노시마에 내려 놓는다. 다리를 통해 육지와 이어지는 섬 에노시마(江ノ島)는 후지사와를 대표하는 경승지. 에노시마역에 내리면 그림과도 같은 에노시마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지는데, 가마쿠라 시대의 수도였던 가마쿠라(鎌倉)가 이웃하여 자리해 후지사와시를 찾는 관광객들은 물론이요, 이웃한 가마쿠라를 찾은 관광객들까지 일부러 발길을 할 만큼 인기가 남다르다.
제일 먼저 여행자를 기다리는 것은 에노시마 벤텐바시 다리(弁天橋). 이곳에 처음 다리가 만들어진 것은 1893년의 일. 다리가 만들어지기 이전엔 에노시마까지 바다가 잔잔한 틈을 타 배를 타고 가거나 썰물 때를 기다려 사람 등에 업혀 에노시마에 들어갔다고 한다. 
에노시마 벤텐바시를 건너 에노시마로 접어들면 빛바랜 청동도리이가 반긴다. 에노시마의 관문으로 신의 세계와 인간 세계를 나누는 경계로, 에노시마가 신성한 섬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던 에도시대 당시부터 있던 도리이를 지난 1821년에 재건시켰다. 재건되었다고는 하지만 200년 가까이 에노시마를 수문장으로 지켜왔던 물건이다. 그 세월을 이야기하듯 청동에서 녹이 나오고 군데군데 청동의 색이 바랜 흔적들이 역력하다. 
청동도리이를 지나면 토산품점이 늘어서있는 활기찬 분위기의 참배로가 맞이한다. 참고로 참배길은 에도시대 당시부터 이어져온 그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길 양쪽으로 신식 건물이 들어섰지만 참배길의 폭은 옛날과 변함이 없다. 신과 만나는 신성한 길이니 그 길을 함부로 침범할 수 없었기에 에도시대 당시 걸었던 참배길이 수 백년이 지난 지금도 원래의 형태와 넓이로 보존되고 있다는 것이 가이드의 말이다. 
참배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에노시마의 신성함을 대표하는 에노시마신사(江島神社)와 만날 수 있다. 신사 하나를 생각하겠지만 에노시마신사는 총 3개의 신전을 말한다. 본전격의 신전으로 1206년에 지어진 헤쯔노미야를 필두로, 나카쯔노미야, 오쿠쯔노미야의 도합 3개의 시전을 일컬어 에노시마신사라고 부른다. 
모시고 있는 신은 바다의 수호여신이다. 태평양과 마주한 곳으로 어업이 중심이었던 도시인 만큼 예로부터 해상안전과 어업번성 등을 기도했다고 한다.  
에노시마신사를 즐긴다면 본전인 헤쯔노미야 신전 왼편으로 자리한 호안덴도 눈여겨 볼 일이다. 나라 호류지절의 불당인 유메노도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불당으로, 내부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벤자이텐을 향상화한 핫삐벤자이텐 상(像)과 하다카 벤자이텐 상 등이 안치되어 있다. 

명물 에노시마전망대, “겨울엔 일루미네이션으로 반짝”
볼거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그마한 섬 에노시마 곳곳에 명소들이 아직도 즐비하니 말이다. 발길은 에노시마의 가장 높은 곳, 섬 정상으로 향한다. 명소는 정상 한 가운데 우뚝 솟은 에노시마 전망등대다. 해발 119.6m의 에노시마 정상에 59.8m 높이로 자리한 전망등대에 오르면 멀리 후지산은 무론 요코하마의 랜드마크타워까지 시야에 들어오니 관광지의 뻔한 설정이긴 하지만 오르지 않으면 아쉬움이 따른다. 
겨울이라면 아름다운 일루미네이션으로 가득한 ‘에노시마 씨캔들’ 라이트업 축제와 만날 수 있어 더욱 반갑다. ‘에노시마 씨캔들’은 에노시마 전망대를 필두로 에노시마 사무엘 콧킹엔 정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일루미네이션 축제로 이미 관동 3대 일루미네이션 축제에 손꼽히는 인기 축제다. 
일루미네이션의 규모와 연출력은 상상 이상이다. 명물인 에노시마전망대 가득 오색의 일루미네이션이 장식되고 정망대 정상에서 아래 정원까지 우산을 연상케하는 일루미네이션 라인이 수백가닥이 늘어져 ‘씨캔들’이라는 축제의 이름 그대로 바다 위 촛불을 연출한다.  
전망대 아래도 일루미네이션이 가득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무엘 콧킹엔 정원의 수목들은 빛의 나무로 변신하고 LED로 많은 빛의 터널 등이 연인들을 유혹하니 단 3시간의 일루미네이션 점등이 아쉽기 그지없다. 
에노시마 씨캔들 이벤트는 오는 2월 1일까지 매일 개최되며, 점등시간은 평일 저녁 5시부터 8까지, 주말과 일요일, 공휴일은 밤 9시까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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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 명물인 에노덴 노면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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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신사 중 하나인 헤쯔노미야 신전.

<여행정보>
도쿄 도심 신주쿠역을 출발하는 오다큐전철 또는 도카이도선(JR)을 이용 JR후지사와역에 하차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약 60분. 하네다공항에서는 게이큐버스 하네다 에어포트를 이용하면 90분 대에 후지사와역에 도착할 수 있으며, 나리타공항으로부터도 나리타익스프레스를 이용하면 후지사와역과 이웃한 오오후나(大船)에서 하차, 쇼난 모노레일을 이용해 모노레일 쇼우난 에노시마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오다큐전철(www.odakyu.jp/korean)이 개인여행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에노시마 1DAY 프리패스(1,940엔)를 이용하면 후지사와시까지의 열차편과 에노시마 전망등대 및 사무엘 콧킹엔 등의 유료시설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2월 1일까지 계속되는 에노시마 씨캔들 관련 정보는 공식사이트(http://enoshima-seacandle.jp)를 통해 만날 수 있다. | www.fujisawa-kanko.jp/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