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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색조 야경에 이국 풍경 가득, 규슈의 별에 빠지다.

나가사키시

 

규슈의 관문 후쿠오카에서 열차를 타고 90. 이국냄새 가득한 항구도시의 세련미와 일본 특유의 감성이 공존하는 나가사키시가 자리한다. 나가사키시는 나가사키현의 중심도시다. 1571년 국제개항장으로서 개항한 이래 외국과의 교역이 행하여진 소통로이기도 했고, 때문에 나가사키의 거리는 지금도 당시의 교역국이던 포루투칼과 중국, 네덜란드의 정서를 담은 흔적들이 잔존해 수많은 여행객들을 나가사키로 이끌고 있다.

| 이상직 기자 news@japanpr.com

 

다양한 나라의 요소가 더해진 요리와 이국적인 풍경이 이방인의 오감을 유혹하지만 나가사키를 찾았다면 야경부터 즐기는 것이 순서다. 홋카이도 하코다테, 간사이 고베에 더해 일본 3대 야경이라고 추앙받는 명물이고 규슈의 별이라고 불리우는 명성까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망설일 이유도 없다.

야경은 나가사키항구를 발 아래로 조망하는 이나사야마산(稲佐山)이 명소로 꼽힌다. 표고 333m의 이나사야마산 정상에는 원통형으로 건축된 360도 전망대인 뷰 타워가 자리하는데, 산 정상까지는 나가사키역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로프웨이 승강장(현재는 공사에 따른 운휴중으로 오는 201625일부터 재운행 예정)이 있으니 천만불짜리 야경이라는 찬사를 받는 나가사키 야경과 만나는 길도 한 달음이다.

야경을 앞에 두자 역시나 감탄사부터 터진다. 나가사키 도심 한 가운데를 관통해 나가사키항구로 이어지는 우라카미강을 두고 아래로는 나가사키항의 베이사이드가, 위로는 나가사키 도심의 네온이 항구의 수면에 반영되어 그 빛을 더해주고, 기복이 심한 지형이 야경의 입체감을 더해주니 전망대에 오른 수많은 이들 모두 할 말을 잃고 야경 탐미에 몰두한다.

한참의 무언의 감탄이 이어진 뒤 이건 마법이네라는 노년 신사의 혼잣말이 귓전에 닿는다. 그렇다. ‘마법이라는 표현 말고는 표현할 말이 없다.

일본의 저명한 야경평론가이자 야경프로듀서인 마루마루 모토오는 나가사키의 야경을 보고 천공의 별하늘을 거울처럼 투영한 야경이라고 말했다. 무수히 빛나는 주택가의 불빛과 가로등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처럼 보이기도 하고, 빛과 빛을 이으면 별자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밤하늘이 그렇듯이 주인공은 반작이는 별만이 아니었다. 만남의 순간에 빛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잠시의 정적이 흐른 뒤에는 그 빛의 뒤에 감추어진 어둠이 광활한 밤하늘을 연상시키며 또 다른 한편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

한밤 불빛으로 수놓인 야경이 밤바다와 어우러져 선사하는 감흥은 익숙한 하코다테나 고베항의 야경과 분명 닮았다. 하지만 194589일 원폭투하로 잿더미였던 땅이었다는 사실이 기억의 끝에서 튀어나오자 나가사키의 야경이 전하는 감동의 주파수가 그제서야 율을 달리한다.

이런 감동의 나가사키 야경에 명성을 더하는 기쁜 소식도 있다. 지난 2012, 세계야경서미트 2012에서 세계 신 3대 야경 도시에 나가사키가 홍콩, 모나코에 더해 선정된 것. 일본 3대 야경이라는 타이틀에 더해 세계 신 3대 야경의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으니 나가사키 야경의 감흥이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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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 고딕양식의 진수를 보이는 오우라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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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바 저택에서 개항기의 전통복식 체험을 즐기는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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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원의 상징으로 자리한 평화기념상.

  

 

도심 곳곳 자리한 이국 정서, 눈과 입 모두 즐겁네

야경이 명물이지만 그 야경 속에 숨겨진 이국적 항구도시 나가사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꽤나 즐겁다. 항구도시로 익숙한 요코하마나 고베처럼 이국적 향내 가득한 명소들이 여행자의 발길을 기다리니 머뭇거릴 틈도 없다.

나가사키항구에서 멀지않고 나가사키 명물인 노면전차의 종점이기도한 이시바시역에 자리한 오우라성당(大浦天主堂)이 단연 시선을 압도한다. 스탠인드글래스로 마감된 이국적인 색채가 인상적인 오우라성당은 일본 최초의 카톨릭 순교자 26 성인을 기리기 위해 지난 1864년에 세워진 성당으로, 일본에 현존하는 가장 오랜된 목조 고딕양식의 건물로 손꼽힌다. 1953년엔 일본 국보로까지 지정되었을 만큼 150여 년의 시간을 변함없이 이어온 명소이니 종교를 떠나 둘러볼만하다.

나가사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고풍스러운 유럽풍 저택인 구라바엔(グラバー)도 가까우니 들려봄직하다. 일대는 나가사키 개항 당시 외국인들이 살던 지역으로 흔히 말하는 외국인 거류지인 셈이다. 중심이 되는 구라바 저택을 비롯해 9동의 서양식 건물을 옮겨와 모아놓았는데 굽어보는 항구 풍경이 이나사야마산에서 즐긴 야경과는 또 다른 맛으로 일품이다.

주인공격인 구라바 저택은 영국 무역상 토마스 글로버가 살던 집이다. 스물한 살 때 나가사키에 건너와 무역업으로 큰 부자가 되어 이 집을 지었다고 하는데, 집 안에 들어가면 거실 침실 응접실 등을 당시 분위기에 맞게 재현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구라바엔 한 귀퉁이에 나비부인도 있다. 미국인 작가 존 롱이 이곳에 머물면서 소설 나비부인을 썼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소설을 후에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으로 재탄생되었고, 덕분에 구라바엔에서는 나비부인의 대표곡이 배경음악처럼 흐른다.

노면전차 데지마역에서 내리면 데지마 네덜란드 무역관 터가 반긴다. 데지마(出島)는 나가사키항구에 인접한 부째꼴 모양의 작은 인공섬. 나가사키 개항 이후 포루투칼인들에 의한 기독교 포교를 염려해 1636년 당시 에도막부가 포루투칼인들을 이곳에 격리하기도 했고, 에도막부가 쇄국정책으로 외교방향을 바꾸었던 당시에도 데지마에서 만큼은 네덜란드와의 교역을 허락했던 곳으로, 나가사키항의 개발과 함께 매립되어 사라진 데지마의 흔적을 전하는 역사자료관들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15분의 1 크기로 축소해 당시의 데지마를 재현한 미니어쳐를 비롯해 개항과 쇄국을 오가던 일본 막부의 당시 역사를 전하는 자료들이 가득하니 이국적 풍경 가득한 나가사키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꽤나 유용하다.

나가사키역에서 전차로 20분 거리한 나가사키 원폭자료관과 평화공원도 의미 있는 명소다. 원폭기념관에는 원폭 투하 당시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료와 영상물 등을 전시되고, 평화공원에는 핵무기 폐기와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조각들이 세워져 있으니 전쟁의 상흔을 돌아볼 수 있다.

눈이 즐겼으니 이젠 입이 호강할 차례다. 이국적 정서 가득한 나가사키답게 명물도 보통의 일본과는 그 괘가 다르다.

대표 명물은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카스테라다. 16세기 경, 스페인과 포루투칼인으로부터 제조법이 전해진 이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본인의 입맛에 맞추어 제조방법을 바꾸어가며 에도시대에 현재와 같은 카스테라의 원형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단연 맛이 일품이다. 입안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으며 혀끝에서는 아주 약한 단맛이 전해져 우리가 흔히 먹는 카스테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러움을 선사해 여행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주된 단맛을 내는 원료로서 물엿을 사용하는 점도 나가사키 카스테라만의 특징이다.

후쿠사야(福砂屋), 쇼유오우켄(松翁軒), 쇼우칸도우(匠寬堂) 등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는 장인급 명과점이 다수 자리하니 나가사키에서의 감동을 나누고픈 이들에게 선물을 고른다면 더없는 선택이 된다.

 

<여행정보>

나가사키까지는 인천-나가사키공항 간 대항한공 정기편이 주 3회 취항중이다. 공항에서 나가사키시 도심까지는 리무진버스로 약 40분 대에 접근할 수 있으며,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나가사키혼센 특급열차 카모네(1시간 55분 소요)도 이용할 수 있다. 나가사키 명물인 야경은 나가사키 로프웨이(www.nagasaki-ropeway.jp)를 이용하면 되며, 로프웨이 요금은 왕복 1230. 현재는 시설 리뉴얼 공사로 운휴중으로 다가올 25일 재개장한다. | www.at-nagasaki.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