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의 라면산보 코스, 동경라면 베스트 25곳 여행기
동경 라면산보

석현수 저 | 프라우드
정가 10,000원

일본여행에 나서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본고장의 명물 요리들을 먹기 위함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가 있고, 호화찬란한 쇼핑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해도 일본을 대표하는 맛을 경험하지 않고 일본을 여행했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반대로 아무리 형편없는 볼거리에 마음에 들지 않는 여행코스를 둘러보았다 할지라도 내가 기대한 식도락을 즐겼다면 그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될 추억으로 남는다고 여행마니아들은 말한다. 그만큼 ‘食’이 여행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크고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일본여행에 나서는 이들은 여행가이드북과 함께 어떤 먹을거리를 즐겨야할지 음식가이드북에 의존하며 귀한 여행준비 시간에 공들이기를 아끼지 않는다. 새 책 <동경 라면산보>도 이런 준비에 들어간 예비여행자라면 관심 있게 읽어 볼 책 중 하나다.
<동경 라면산보>는 제목 그대로 일본의 라면(ラ-メン)에 그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지난 2년간 나는 동경을 중심으로 라면만 먹고 다니는 여행을 기획했다. 기왕이면 라면집뿐만 아니라 라면집 뒷골목의 다양한 풍물도 돌아 다녀보면서, 일본의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산보(散步)를 해보기로 했다. 원래 우리나라 말로는 산책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일본에서는 산보라고 말한다. 동경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라면산보를 통해 만났던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이야기들이 내 생애 가장 맛있고 행복한 여행으로 만들어주었다(본문 중에서)”라며 일본에서 느꼈던 라멘에 대한 담론과 애정을 저자는 이 책에 그대로 풀어낸다.
<동경 라면산보>를 위해 저자는 동경(도쿄) 구석구석에 위치한 200여 군데의 라면집 가운데 33곳을 엄선했다. 그 중 8개 지역은 라면과 함께 산보도 하면서 일본의 이모저모를 느낄 수 있는 코스로, 그리고 좀 더 라면에 경도된 이들을 위해서는 동경라면 베스트 25곳을 추렸다. 이 열매를 거두기 위해 필자가 기울였을 노력을 보지 않아도 뻔하다. 
추천자격이 충분한 라면집을 선정하기 위해 200여 곳의 라면집에서 직접 시식을 했다. 유명하다는 라면집은 먼 길을 마다않고 한 걸음에 달려갔다. 인기 라면집이라면 식사까지 몇 시간을 기다리는 웨이팅도 감내했다. <동경 라면산보>의 라면집 33곳은 그렇게 추려졌다. 
한국에서 요리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지은이의 전문가적 미각과 기준도 <동경 라면산보>의 책 내용에 신뢰감을 더해준다. 일본 내에서도 인정받아야 하거니와 한국에 소개하는 책이니 한국인의 입맛에 어울려야 했다. 각각의 가게마다 라면의 맛과 특성을 상세히 기술해 단순한 감상 그 이상의 품평을 이끌어 내었고, 가이드북으로의 의무인 친절한 길 안내도 더했다. 때문에 <동경 라면산보>는 한국인을 위한 도쿄 라면가게판 <미슐랭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며 라면 한 그릇을 맛봐야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일본, 특히 전국의 미식가들이 주목하는 도쿄의 라면업계는 ‘라면전쟁’이라고 비화될 만큼 그 어떤 고급요리보다 치열한 맛의 다툼을 벌이고 있는 장르다. 그 치열한 전쟁통 속에서 실패하지 않는 맛, 그리고 도쿄까지 와서 반드시 맛보아야할 명물라면은 가이드북에 손을 빌려야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렇다고 <동경 라면산보>에 라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인들이 오래전부터 즐겨 찾아온 일본인만이 알 수 있는 숨은 맛들도 덤으로 소개한다. 80년 이상 된 야끼토리(닭꼬치)집, 120년 역사의 일본 전통과자 전문점, 메이지시대에 생긴 커피전문점, 130년 전통의 단팥빵 전문점, 50년이 넘은 도미빵(붕어빵)가게 등, 저자가 발견한 ‘내공’있는 명소들도 라면 맛의 품평과 함께 즐길 수 있으니 더욱 여행자를 즐겁게 한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09.3.2>